"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나그네"란 얘기가 있었어.
바보같은 나그네가 여행을 했대.
어떻게 바보냐면 곧잘 속는 거야....
마을 사람들한테 곧잘 속는 거지.
그때마다 돈이며, 옷이며, 구두를 속아서 빼앗겼어.
그치만 나그네는 바로 "이걸로 살았습니다"라는
마을 사람들의 거짓말에도 뚝뚝 눈물을 흘렸어.
"행복하세요, 행복하세요"라고 말하며....
근데 드디어 벌거숭이가 되어서는,
그 나그네는 사람들 보기가 부끄러워 숲 속을 여행하게 됐어.
그러다 이번엔 숲 속에 마귀들을 만났어.
마귀들은 나그네의 몸을 먹고 싶어서 계략을 꾸며 속였지.
물론 나그네는 속아서 다리 하나.... 팔을 하나 줘버렸어.
결국 나그네는 머리만 남아, 마지막 마귀한테는 눈을 줬어.
그 마귀는 아작 아작 눈을 먹으면서
"고마워, 답례로 선물을 줄게"하며 뭘 두고 갔어.
근데....그건 거짓말이었고
선물은 "바보"라고 적힌 종이 조각 한 장.
그치만 나그네는 뚝뚝 눈물을 흘렸어.
"고마워, 고마워! 처음으로 받아보는 선물이야.
너무 너무 기뻐. 고마워, 고마워...."
이미 없어진 눈에서 뚝뚝 눈물을 흘렸어.
난 그 속에서 눈을 감고 나그네를 생각해봤어.
속아넘어가 달랑 머리만 남아서는 고맙다며 울던 나그네를 생각해 봤어
그리고 느꼈어.
아아...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하고.
손해라든지 고생이라든지 생각해봤자 소용없어.
나그네는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았어.
다만 누구한테는 그게 바보같아도
나한테는 바보가 아니야.
누구한테는 속여봄직한 사람이지만 난 속이고 싶지 않아.
난 정말 기쁘게 해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후르츠 바스켓 중에서-
자신이 바보스럽게 여겨질 때가 있다....
비웃음을 당할까봐...
실망을 줄까봐...
그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소중한 사람에게는 더욱 더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아무리 바보같더라도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따뜻하게 웃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지금 사람들은 "순진"하다는 말을 곧잘 "바보"로 연결시켜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언어의 유희에 대해 난 슬픈 생각이 든다.
순진함이 바보고 바보가 비웃음거리가 되는 세상.....
문득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이 생각난다.
바보가 많을 수록 평화로운 나라....
현실에서는 추구하는 부귀영화를 바라는 사람은
스스로 떠나가 버리는 그런 나라....
가끔 그렇게 생각해본다.
오히려 '바보 이반의 나라'가 유토피아가 아니었을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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