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정하는 게임의 법칙
요약설명: 《游戏规则女人来定》은 여성이 21세게 신여성의 이상적인 본보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이다. 한국예능계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작가는 한국드라마마다 여성이 변해온 비밀이 숨겨져 있으며 각 배역마다 여성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말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청률이 높은 한국드라마에서 여성의 심리, 생리적 변화를 자세히 분석, 21세기 여성의 파워를 보여준다.
<발췌번역>
5. 신데렐라는 파티 중
“누구든지 한번은 낭만적인 사랑을 꿈꾼다” 이것은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다.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은 일반 사람들이 꿈꾸는 생활을 함으로써 보상심리에 의한 만족감을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다. 그중 어려운 환경 속에서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사랑을 받고 행복하게 사는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이다. “신데렐라 증후군”에 빠진 관중들은 언제나 보상심리를 충족시켜 줄 것을 고대하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도 끊임없이 이와 유사한 소재를 내놓는다.
(1) 현대판 신데렐라의 패턴
신데렐라의 이미지는 고정적이지 않다. 최근 등장한 신데렐라는 현대여성상을 반영하면서 변하고 있다. 희생하고 헌신하며 남성들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이 과거판 신데렐라였다면, 정상에 오르기 위해 조금씩 나아가거나 어떠한 일에 부딪혀도 굴복하지 않는 용감한 모습이 현대판 신데렐라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현대판 신데렐라로는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신애라, <별은 내 가슴에>의 최진실, <풀하우스>의 송혜교,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 <인어아가씨>의 장서희 등이 있는데 모두 재벌 2세 혹은 3세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부와 사랑을 모두 얻게 된다.
1990년대 방영된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이진주는 여성적인 부드러움, 순진함과 함께 내유외강적인 면모를 나타냄으로써 당시의 여성상을 반영했으며 신데렐라의 이미지를 충분히 부각시켰다. <별은 내 가슴에>의 여주인공 연이는 원래 이름도 없는 고아였지만 용감하면서도 부드럽고 착한 마음을 가진 캔디같은 소녀로 총명하고 명랑한 모습을 잃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한 뒤 일과 사랑을 모두 이루는 행복한 결말을 얻게 된다. 그리고 연이라는 배역은 단순히 스타의 이미지를 넘어서 그 시대가 기대하는 여성상을 제시했다.
MBC 드라마 <신데렐라>의 “신데렐라” 역시 언니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얻으며,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은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지만 자신이 계획한 것을 이루고 결국 사랑을 거머쥐는데, 이 역시 현대판 신데렐라의 모습이다.
<인어아가씨>에서 도전적인 신데렐라의 모습은 주부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극중 여주인공은 자신이 원하는 백마 탄 왕자를 선택한데다 자신의 힘으로 유리구두를 찾음으로써 과거의 신데렐라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최근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달라진 신데렐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장금>, <결혼하고 싶은 여자>,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 <파리의 연인>, <풀하우스>, <황태자의 첫사랑> 등의 드라마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신데렐라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독립적인데다 설령 넘어지더라도 오뚜기처럼 용감하게 일어나 명랑하게 웃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남성이 손을 내밀어야 일어나고 넘어지면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 전통적인 신데렐라는 이제 21세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2) 비극적인 여주인공은 이제 그만
2004년 여름, 재벌2세 한기주와 강태영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전국을 휩쓸었다. 김정은의 뛰어난 연기는 슬픈 이별장면에서 특히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어려운 환경에서 언제나 스스로를 격려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강태영식 신데렐라는 가장 활발한 신데렐라의 모습을 선보였다.
<신데렐라>는 프랑스의 동화작가인 샤를 페로가 1697년에 쓴 것으로 원제는 “재투성이 소녀”이다. 그러다 1949년 디즈니사가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뒤 신데렐라는 전 세계의 영화와 TV의 소재로 크게 환영받았다.
신데렐라는 약자가 이긴다는 소재로 인해 인간승리에 대한 기본적인 감동을 주는 것 외에도 이야기 자체가 큰 흡입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단순한 내용과 부담 없는 코미디가 인기를 얻는 여름에 신데렐라를 이용한 소재도 널리 사용됐다. 더구나 사회경제가 전반적으로 불경기인 상황에서 집집마다 비슷비슷한 신데렐라 드라마가 방영됐다.
사람들이 배부르고 등이 따뜻할 때 인간승리를 다룬 내용이 그리 큰 호응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러나 불경기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는 현실을 벗어나고픈 심리가 생기고, 생활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질수록 현실을 도피할 수 있는 환상적 것이나 코미디를 찾게 된다. 즉 달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을 잊는 것이다.
신데렐라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여기는 여성은 아무도 없다. 신데렐라는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여성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대할 때는 그저 흥미를 가지고 자신도 그런 즐거운 기분에 젖어들고 싶기 때문일 뿐이다.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개인주의시대에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변화시키거나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려는 시도는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비록 신데렐라가 구원방법 중의 하나긴 하지만 지금의 신데렐라는 매우 자주적인 인간으로 과거의 신데렐라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극중의 현대판 신데렐라도 과거 순종적인 이미지를 벗고 균형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독립적이고 자기주장을 펼치며 용감하게 삶을 대하는 매력적인 새로운 여성상을 나타내려는 것이다.
과거의 신데렐라는 이미 설득력이 없어졌다. 명랑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용감하게 행복을 거머쥐는 신데렐라의 이야기야말로 무미건조한 시대에 사람들로 하여금 드라마를 통해 아름답고 달콤한 꿈을 꾸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드라마에서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3) 유행에서 멀어진 동화캐릭터
2004년 <파리의 연인>, <발리에서 생긴 일>, <풀하우스>, <황태자의 첫사랑> 등의 드라마에서는 평범한 여성이 우연히 재벌2세 혹은 스타를 만나 “특별한 사랑”에 빠지는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거의 신데렐라 전성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2005년에 들어서서 드라마에서 이러한 유형의 여성상을 찾기 힘들게 되었으며 또 다시 적극적으로 인생을 대하는 여성상을 착실하게 세우기 시작하였다.
가족들과 내가 좋아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는 SBS의 <불량주부> 혹은 MBC의 <원더풀 라이프>같은 것이다. <불량주부>에서 신애라가 연기한 최미나와 <원더풀 라이프>에서 유진이 연기한 정세진이 처한 환경은 신데렐라와는 정반대다. 최미나의 남편이 회사에서 해고된 후 최미나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직접 나가서 일을 찾으며 더 큰 어려움도 극복하고자 한다. 정세진도 최미나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남성에게 지지 않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 잘못해서 결혼도 하지 않고 덜컥 아이를 가지게 된 그녀였지만 용감하게 아이를 낳고 독립해서 키우는데 무책임한 아이아빠에 비해 용감하게 책임을 지려는 태도가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KBS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은 한 연예계스타의 평범한 아내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박선영이 주연한 혜찬은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 인생은 내거야!”라 외치며 인생의 길을 내딛는다.
KBS역사극 <해신>에서 채시라가 분한 자미부인과 수애가 분한 정화 그리고 SBS드라마 <토지>의 김현주가 분한 최서희는 모두 남성들의 권력이 판치는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지위를 지킨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적극적인 태도로 인생을 개척하는 그녀들은 점점 더 강인한 여성을 대표하였다.
MBC드라마 <신입사원>에서 자신의 귀인을 찾기 위해, 신분상승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여주인공인 이미옥이 아니라 남자, 바로 오지호가 분한 이봉삼이다. 이봉삼에게 버림을 받은 후 미옥은 자신의 삶을 위해 굳건히 회사를 다니다 후에 대기업에 수석으로 들어왔다는 신입사원을 만나게 되는데 사실 그는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백수였다.
이런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은 모두 자신의 힘으로 행복을 찾는다. 그리고 “돈 있는 남자”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의 사랑, 가족,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선택하고 행동한다. 최근 여주인공은 더 이상 유리구두를 잃어버린 후 왕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신데렐라”가 아니,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진정한 삶의 의의를 찾는 “인어공주”와 같다.
그러나 그녀들이 정말 여성을 대표하여 일반 여성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자아독립적인 여성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할지라도 드라마에서 더 이상 아름다운 꿈같은 행운을 쫓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 행복을 찾는 여성이 대거 등장하는 것은 지금의 사회가 이미 여성에게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관중들에게 혹은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들에게 매우 기쁜 일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