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키에르케고르에 관하여

simpara 2009. 6. 17. 01:29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은,

내가 두 번째로 심한 우울한 감정에 빠졌을 때

날 구해준 책이자,

날 철학이란 낯선 세계로 이끈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키에르케고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첨에는 그의 책 '죽음에 이르는 병'이

내 우울한 감정을 해소시켰기 때문에 매력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또 다른 책인 '유혹자의 일기'가

그에게서 날 멀어지게 만들었다.

사실 난 철학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도 아니고,

단순히 우연히 우울한 상태에서 그의 책을 접한 것 뿐이라

그의 사상이 어떤지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생애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

그가 가장 사랑한 여인 '레기네'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유혹자의 일기'가 레기네와의 사랑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고 읽었다.

키에르케고르는 그의 일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인

레기네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었으나

신의 사랑 그리고 세속적인 사랑에 갈등하다

결국 신의 사랑을 택하고 약혼 전날 파혼했다고 한다.

그래서 호기심에서 '유혹자의 일기'를 읽었다.

정말 '유혹자의 일기'가 레기네와 그와의 일을 반영했다면....

종교적으로 그를 미화하는 사람들에게는

세속적인 여인의 사랑보다 신의 사랑을 택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하든 말든,

내가 보기엔, 키에르케고르는 한 마디로 '비겁한 남자'였다.

 

'유혹자의 일기'에 나온 주인공은

자신이 평소에 사모하는 여인에게 다가가기 위해

주변 사람부터 포섭하는 등, 계획적으로 접근하여

사랑을 쟁취하고 약혼까지 했으나 약혼 전날 떠나버린다.

결국 약혼 전날 떠나며 한다는 변명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을 가장 사랑스러울 때

영원히 마음 속에 간직하기 위해 떠난다고 한다.

그 결말에 대해 난 화가났다.

그렇다면, 남겨진 여인은?

천천히 자신의 가슴 속에 파고들어 사랑을 꽃피우게 해놓고

약혼 전날에 버려진 여인은?

떠나간 주인공은 사랑을 처음으로 알게 된

여인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그 모습을 잃어버리기 싫어 떠났다고 하지만,

남겨진 여인은 얼마나 고통이었을까?

너무나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것이 단순히 키에르케고르의 실제 얘기와는 다르다고 할지라도,

작가의 평소 생각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다른 어떤 글보다 세속성이 강한 '유혹자의 일기'는

그의 '세속적인 생각'이 반영됐을 것이고,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소설 속의 주인공의 행동이 너무나 '이기적'이었다는 것이다.

 

신의 사랑, 세속적인 인간의 사랑....

더 큰 사랑을 선택하기 위해

사랑을 알기 시작한 사람의 사랑을

무참히 깨버리는 일이 과연 신의 사랑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마치 '걸리버의 모험'에서

주인공이 자신이 '인간'이면서 '인간'을 경멸한 것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