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녀 모모(姆母) 이야기
중국 역사상 4대 미녀로 서시(西施), 초선(貂蟬), 왕소군(王昭君), 양귀비(楊貴妃)가 있다면 중국 역사상 4대 추녀도 있다. 바로 모모(姆母), 종리춘(鐘離春), 맹광(孟光), 원가녀(院家女)이다. 아래는 그 중 모모에 관한 이야기이다.
왕후가 된 추녀 모모(姆母) 황제(黃帝)는 살아생전 모두 네 명의 부인을 거느렸다. 정비는 서릉(西陵)의 딸인 누조(嫘祖)로 양잠을 발명했다. 그리고 두 번째 부인은 방뢰씨(方雷氏), 세 번째 부인은 동어씨(彤魚氏) 그리고 마지막 부인이 바로 추녀인 모모이다. 후세 사람들은 서시를 천하의 미녀로, 번안을 천하의 미남자로 꼽는데, 최고의 추녀로는 모모를 꼽았다. 황제는 왜 가장 못생긴 여자를 부인으로 삼았을까? 황제는 여러 해 동안 전쟁을 하면서 치우를 쳐부숴 부락연맹을 세우고 신하와 백성들 모두가 지지하는 가운데 맹주가 되었다. 자신에 대한 백성과 신하의 믿음과 존경을 져버리지 않기 위해 그는 매사에 솔선수범을 보였다. 그런데 바로 이때 부락 사이에 몰래 여성을 보쌈해서 결혼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였다. 사람들은 일제히 황제에게 이 사실을 고하며 법으로 금지해달라고 청하였다. 그러나 황제가 이런 저런 방법을 다 써 봐도 보쌈혼은 여전히 빈번히 발생하였다. 어떤 사람은 만약 보쌈혼이 이처럼 계속 성행한다면 갈등이 깊어져 부락 사이에 다시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황제와 누조, 방뢰씨, 동어씨는 늘 이 일로 골치아파하였다. 어느 날 아침, 황제가 일어나 홀로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는데 한 여인이 강가에서 물을 긷는 것을 보았다. 황제가 그 여인의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 “혼자서 이렇게 물을 긷나니 누가 널 보쌈해갈까 겁나지도 않으냐?” 황제라는 것을 알지 못한 여인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내 얼굴이 검고 못생겨서 날 보쌈해갈 사람이 없습니다.” 황제가 또 물었다. “가족은 누가 있느냐?” 추녀가 말했다. “오라버니와 저 그리고 어머니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빠는 어떤 여인에게 보쌈 당해서 지금은 저와 어머니뿐입니다.” 황제는 그제야 보쌈혼이 남자가 여자를 보쌈하는 것 뿐만 아니라 여자도 남자를 보쌈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황제는 물 긷는 여인이 못생기긴 했으나 말이나 행동이 모두 시원시원한 것을 보고 다시 물었다. “너는 어느 부락의, 이름이 무엇인가?” 추녀가 대답했다. “저는 기(祁)부락 사람이며 이름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를 그저 ‘추녀’라고 부르지요.” 황제는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아무말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하루는 황제가 창힐(倉頡), 풍후(風后), 상선(常先), 대홍(大鴻) 등의 신하를 불러 어떻게 하면 보쌈혼을 막을 수 있는지를 의논하였다. 이에 대해 힘으로 강압적으로 다스리자고 하는 이도 있었고 본보기로 한 사람을 사형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황제는 이런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신하들에게 말했다. “치우가 이유 없이 걸핏하면 사람을 죽여 민심을 잃었고 결국 전쟁에 패해 죽음을 당했소. 우리들은 이를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치우와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되오. 안 그러면 민심을 잃을 것이오.” 신하들은 황제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누구도 보쌈혼을 막을 좋은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때 황제가 일찍이 세 부인과 머리를 맞대고 고심해 낸 묘책을 내 놓았다. 그는 신하들에게 말했다. “짐에게 부인이 세 명 있는데 각자 일을 나눠서 해도 힘에 벅찰 만큼 바빠 자주 내 곁을 비우니 부인을 한 명 더 맞이하려고 하오. 그러니 그대들이 짐을 도와 적당한 여인을 찾아주시오. 하지만 절대 보쌈혼은 안 되오.” 신하들은 황제의 말을 듣고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그것이 뭐가 어렵겠습니까? 황제의 공이 이렇듯 드높으니 부인이 한 명이 아니라 열 명, 백 명 있다해도 이상할 것 없지요.”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각 부락에서는 황제를 위해 미인을 골랐으며 어떤 사람은 자신이 강제로 보쌈한 미인을 바치기까지 하였다. 얼마 뒤, 각 부락에서 선발한 백 명의 미녀를 황제가 직접 고르게 되었다. 그런데 일일이 다 살펴본 황제가 한 명도 마음에 들지 않아할 줄 누가 알았으랴! 그 자리에 있던 신하들 누구도 황제가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지 못했다. 황제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얼굴은 예쁘나 덕이 없는 사람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오. 예쁘지는 않으나 덕이 있는 사람이야 말로 진짜 어진 사람이오.” 말을 마친 황제는 휙 가버렸다. 사람들은 비로소 황제가 부인을 고를 때 아름다운 겉모습이 아닌 덕과 재능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 소식이 세상에 전해진지 얼마 뒤, 황제가 기 부락의 추녀를 부인으로 골라 모모(嫫母)로 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젓거나 탄식을 하며 황제가 추녀를 부인으로 맞이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풍후와 창힐 두 사람만은 황제의 의도를 이해하였다. 창힐은 황제에게 ‘호(好)’자를 만들어주었다. 창힐은 황제에게 남자와 여자의 생김새가 어떠하든 서로 마음이 맞는다면 영원한 것이 바로 ‘호(好)’라고 설명하였다. 황제가 혼례를 올리는 날 크고 작은 부락에서 온 남녀노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면 매우 시끌벅적하였다. 창힐은 황제와 추녀가 마주보고 앉아 있고 누조, 방뢰씨, 동어씨가 계속해서 황제와 추녀에게 술을 올리는데 두 사람이 기쁨으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것을 보았다. 그때 영감이 떠오른 창힐은 입 두 개를 그려 위아래를 합친 모양의 ‘희(喜)’자를 만들었다. 그는 ‘희(喜)’자를 자작나무피에 써서 높이 들어 올리고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보쌈해 온 여인을 부인으로 삼으면 서로 좋아지기 어렵습니다. 강제로 부부로 맺은 부인에게 기쁨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녀가 서로 뜻이 맞아 맺어져야 비로소 기쁨 중에 기쁨이자 좋은 것이 배가 되니 서로 화목하여 흰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같이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창힐의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하하 크게 웃었다. 그리고 황제가 추녀를 부인으로 삼은 후부터 부락 사이의 보쌈혼은 점차 줄어들었다. 모모와 거울 인류가 처음으로 사용한 거울이 바로 모모가 발견해서 제작한 것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당시 황제의 궁 안 사람들은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치장하였다. 모모는 스스로 못생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물 옆에서 치장하는 일이 별로 없었으며 명절 때도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하루 종일 그저 황제 곁에서 일만 하였다. 한번은 동어씨가 모모를 불러 함께 산에 가서 석판을 캐자고 하였다. 모모는 두말 않고 동어씨를 따라 함께 나섰다. 힘이 셌던 모모는 석판 파는 속도가 다른 여자보다도 빨라서 반나절이 채 되지 전에 스무 여개나 캤다. 마침 정오 때라 햇빛이 대지를 두루 비추고 있었다. 모모는 문득 돌무더기 안에서 밝은 빛이 번쩍 번쩍하는 돌을 발견했는데 햇빛이 비치자 매우 눈이 부셨다. 허리를 구부려 땅속에서 돌을 꺼내 본 모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의 추한 얼굴이 모두 그 돌에 비치는 것이었다. 모모는 매우 신기해하며 몰래 그 돌을 몸에 감추고 궁으로 돌아와 누구에게도 이 일을 얘기하지 않았다. 주위에 아무도 없자 모모는 다시 돌을 꺼내 살펴보았다. 넙적한 모양의 돌에는 울퉁불퉁했는데 위쪽에 얼굴을 비추면 매우 이상한 모습으로 비췄다. 모모는 돌칼과 돌도끼를 만드는 작업장에서 마석을 찾아 그 이상한 돌 위를 힘껏 반복적으로 갈았다. 잠시 후 돌의 표면이 평평해졌다. 그녀가 비춰보니 방금 전보다는 한결 뚜렷해졌다. 그러나 자신의 추한 얼굴은 여전했다. 모모는 다시 돌을 한동안 갈고 나서 다시 자신을 비추었다. 하지만 추한 모습은 또 그대로였다. 모모는 중얼거리며 한탄하였다. “추한 것은 얼굴이니 돌(거울)을 탓할 수 없지.” 그로부터 모모는 더 이상 강이나 물가에 가서 치장을 하지 않았으며 매일 아침 일어나면 돌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치장하고는 치장이 끝나면 몰래 감추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모모는 조심성이 조금 없어졌다. 한번은 모모가 동어씨를 도와 석판에서 고기를 굽는데 화력이 너무 세서 석판이 폭발하였다. 그리고 깨진 석판의 돌 조각이 모모의 얼굴을 때려 피가 멈추지 않았다. 모모는 황급히 방으로 가서 돌을 가지고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약을 발랐다. 그런데 언제 왔는지 황제가 살며시 모모의 뒤로 다가갔다가 그녀가 한 손에 어떤 물건을 들고 얼굴을 비추며 다른 한 손으로 얼굴에 약을 바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황제는 모모의 뒤에서서 머리를 그녀 어깨 쪽에 바싹 붙이고 자세히 보려고 하였다. 순간 모모는 놀라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돌에 황제의 얼굴이 비친 것이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 모모는 황제가 그녀 뒤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황제가 모모에게 물었다. “손에 든 것이 무엇이냐?” 순하고 착한 모모는 황제의 묻는 말에 이 일을 속일 수 없음을 알고 황제의 앞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 그리고 돌을 발견한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대로 말하며 황제에게 용서를 구했다. 황제는 그녀의 말을 듣고 하하 크게 웃으며 양손으로 그녀를 일으켰다. “큰 발견을 했구려. 잘못은커녕 큰 공을 세웠소!” 황제는 즉시 누조, 방뢰씨, 동어씨를 불렀고 사람의 얼굴이 비치는 돌을 들고 보도록 하였다. 누조가 웃으며 말했다. “폐하, 어쩐지 한동안 모모가 물가에서 치장하지 않나 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런 보물을 가지고 있었군요.” 동어씨가 이어서 말했다. “폐하, 이 발견은 모모 동생의 공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황제가 흥분하며 말했다. “물론 그래야지!” 그리하여 인류의 거울 사용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