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리코더...그리운 꿈

simpara 2009. 11. 5. 00:26

어제 우연히 "클래식 오디세이"라는 프로를 봤는데

때마침 리코더 연주가들이 나왔다.

"플랜더스 리코더 쿼텟"이란 리코더 연주그룹이 리코더 연주를 했다.

정말 보기 드문 리코더 연주를 소개하는 것이라 정말 애정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봤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들린 알토 리코더의 화모니를 들으며,

그들의 리코더 연주 기교를 보며 절로 감탄이 나왔다.

 

내게도 알토 리코더가 있다.

목제가 아닌 플라스틱이긴 하나 내게는 소중한 악기이다.

사람들의 인식 속의 리코더는 그저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간단한 악기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어릴 적 난 사람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악기인 

리코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연주가가 되는 꿈을 꾸곤 했었다.

다른 어떤 일보다 리코더를 불 때면 시간가는 줄을 몰랐고 즐거웠기 때문이다.

사실 난 리코더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초등학교 때 리코더 과목이 있어서

오빠에게 낮은 도에서 높은 도까지 온갖 구박을 다 당하며 겨우 배웠고

그 뒤로는 혼자서 운지법을 보며 연습했었다.

그 후 어느정도 운지법이 익숙해지자

내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리코더로 연주할 수 있게 되었고

때로는 마음을 사로잡았던 클래식 음악도 내가 흥얼거릴 수 있다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리코더로 연주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서 리코더에 더 애착이 갔다.

지금의 알토 리코더를 가지게 된 것은

오빠가 초등학교 때 리코더 합주단에서 알토 리코더를 연주했는데

나중에 아무렇게 나뒹구는 오빠의 알토 리코더를 내가 혼자서 연습하다가

소프라노 리코더보다 알토 리코더의 음색에 더 매료되어

결국 '나의 알토 리코더'를 사게 된 것이었다. 그때가 십여 년 훨씬 전이었다.

비록 플라스틱이긴 해도 당시 내게는 오만원이란 거금이었고,

지금도 그 리코더를 잘 간직하고 있다.

 

가끔 리코더를 불곤 한다.

차이코프스키 '사계'중에서 한 소절을 연주하기도 하고,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도 불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 시네마 천국의 주제 음악도 불기도 하고,

어느 애니메이션에서 인상깊었던 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연주의 정식 악보는 없다.

다만 내가 비슷하게 만든 '나만의 악보'를 근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리코더를 불 때면 정말 하루종일 불어도 될 만큼 즐거운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내 취미가 리코더 연주라고 말하면

가끔 콧웃음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만큼 리코더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 초등학생이 배우는 수준의 쉬운 악기로만

인식이 돼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제 클래식 오디세이의 리포더가 플랜더스 리코더 쿼텟의 멤버들에게

한국에서 리코더는 초등학교 때면 모두 배우는 악기라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멤버 중 한 사람이

사람들은 리코더를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우고말다 그치는 악기로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리코더를 통해 음악을 접하고 리코더라는 훌륭한

악기를 알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는 말을 했었다.

사실 리코더는 초등학생이 부는 악기라는 인식이 강하긴 하다.

이에 대해 리코더를 좋아하는 난 무척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리코더 연주가가 있고 그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한때는 나도 여건만 된다면 리코더를 정식으로 배워 리코더 연주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할 때면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그런 것을 뭣하러?'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리코더 연주도 매우 어렵고 기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렇지만 요즘 또한 나 역시 리코더를 멀리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제 리코더 연주가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연주하는 것도 아니면서

참 뿌듯함을 느꼈다.

리코더도 플루트나 클라리넷 못지 않는 훌륭한 악기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사람들에게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 리코더 연주가들을 보면서

그들처럼 리코더 연주가들이 많이 나와서 리코더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았다.